탈북자들의 수기

    등록일 : 2012-02-02 오전 9:59:26  조회수 : 2580
  29 . 3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2편 (김옥이)
  등록자 : 관리자        파일 :

북한 감옥은 인간성이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북한으로 옮겨진 우리 신세는 개나 돼지 신세입니다. 중국에 개나 돼지는 고급 사료에 따뜻한 집에서 잠을 재웁니다. 개돼지보다 못한 생활이지요.
개구멍만한 구멍으로 엎드려 기어 들어가, 해를 보기가 힘든 곳입니다. 4평 남짓한 방안에 13명 정도의 죄수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꼼짝도 못하고 있습니다. 한쪽 구석에 변기가 있어서 숨도, 기침도,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보위부 실태입니다. 그래도 00군 보위부는 조금 나은 편입니다. 00시 집결소는 말 그대로 무덤입니다. 들어간 첫날 저녁 첫 식사가 들어왔는데 강냉이 껍질 죽이었습니다. 서너 숟가락을 뜨면 없어지는 량이었습니다.
소금도 김치도 없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저는 금식을 하면서 기도했습니다. <보위부 일군들의 눈을 속여 이 철창 속에서 하루 빨리 나갈 수 있는 기적을 저에게 주세요. 다시 중국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 주세요.> 이렇게 금식 기도를 3일째 하던 날 제 배가 복수환자처럼 부어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앉아 있기조차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물 한모금도 넘기지 못한 제가 임신 10개월만큼 배가 붓고 앓게 되었습니다. 옆에 앉은 죄수들도 걱정이 되어서 저를 지켜보는 것이 안타까운 눈길들이었습니다.
그 안의 규칙대로 앉아있느라 몸에서는 식은땀이 났고, 거의 쓰러질 정도에,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저의 광경을 지켜보던 감방 안에 반장이 <38번!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 일어서라!> 하고 말했어요. 그 소리가 들리는지 말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정도였지만 일어서려다가 어지러움증과 함께 잠깐 졸도하면서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어떤 사람이라도 죄인으로 들어가면 앓아서 쓰러진대도 듣는 체도 보는 체도 안하는 그런 곳인데 어찌하여 제가 쓰러지니 군의 선생님이 급하게 뛰어 들어와 막 소리치고 난리였습니다.
군의가 들어오더니 38번을 편안하게 눕혀라, 약을 가져오라, 더운물을 가져오라고 바삐 소리치며 들락날락 했습니다. 희미한 정신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똑똑하게 들렸습니다. 바로 옆방에서는 며칠이면 시체 되어 나갈 사람들도 있고, 먹지 못해 백골 만신창이 되어 있는 사람도 있는데 이제 들어온 지 3일밖에 안 되는 저에게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것은 분명히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보내시어 저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나님! 제발 살려주세요. 무의미한 의식 속에서도 저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계속 구원해 주실 것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것은 정녕 하나님이 주신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루도 있기 싫은 구역질나는 지옥 같은 감방에서 8일째 되는 날 보위부 감방에서 풀려나왔어요.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저는 00으로 옮겨지면서 잠깐 00이라는 곳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단련부 일군들이 저를 호송하였는데 호송도중 문제가 생겨서, 이틀을 차디찬 방안에서 새웠던 그 날 밤이 또한 저에게는 지옥 같은 기억입니다. 자신들은 따뜻한 온돌방에서 이불을 덮고 자면서 저는 죄인인 까닭에 창고 같은 방에 집어넣고 바깥에 열쇠를 잠그고 이틀 동안 있으라는 거예요. 자신들이 일이 끝날 때까지 말입니다. 저는 너무 추워서 앉지도 서지도 어쩔 줄도 몰랐습니다. 밤에는 잠이 몰려오는데 너무 춥고 또 너무 무서워서 온 이틀 밤을 서서 새웠습니다.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찬 기운으로 해서 배안은 팽팽한 가스로 꽉 차서 숨쉬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저는 눈물을 흘리면서 이제 고향을 가면 살아날 수 있다, 하나님이 나를 고향으로 돌아가서 친인들을 만나고 다시 중국으로 올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이다. 그러니 이런 고통을 고통으로 생각하지 말고 견뎌 참아내자 하고 자신 스스로가 힘을 주고 격려하며 이틀 밤을 뜬눈으로 새우면서, 하나님! 하나님! 살려주세요, 저는 이대로는 너무 억울합니다, 꼭 살려주세요, 다시 살아나서 중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자유의 국가,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저에게 주십시오. 하나님 아버지만 믿겠습니다, 하고 소리 없는 눈물과 함께 마음의 고통을 하나님께 전달하면서 이틀 밤을 새웠습니다.
3일째 되는 날, 안전일군들이 감방 문을 열고 저를 찾아 호송차에 태웠을 때는 하늘에서는 그동안 얼었던 저의 마음을 녹이려는 듯 밝은 태양과 따뜻한 빛이 저의 몸을 감싸 안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울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는 고향인 00에 옮겨졌습니다. 거기서 오빠를 만나 오빠네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오빠네 살림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소금하나 없이 기름은 구경도 할 수 없고 김치는 보물처럼 귀했고 된장은 맛도 보지 못했답니다. 껍질이 가득 섞인 강냉이 밥이 전부입니다. 저는 오빠에게 다시 중국에 돌아가겠다고 결심을 굳혔습니다. 오빠는 막지 않았어요. 오히려 중국을 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했어요. 고생하는 동생이 무척 안쓰러웠나봐요. 저는 다시 사람을 통해서 중국을 오는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 정중히 기도드리고 알려준 위치로 정신없이 뛰어들어보니 물이 너무 세차고 깊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물소리만 들어도 저를 삼킬 것만 같았어요. 그때 조카 뻘 되는 아이가 19살이었는데 그 아이를 데리고 떠났어요. 그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사나운 물살로 뛰어들었어요. 들어서자마자 물은 가슴에서 목을 쳤어요.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몸은 사정없이 가라앉고 물살에 밀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 그 아이가 제 뒷덜미를 으스러지게 틀어쥐고 고모 정신 잃으면 안돼요, 살아나야 해요, 하면서 자기도 힘든데 밀려나고 가라앉는 저를 끌고 물 밖에까지 간신히 나왔어요. 우리는 살았다 살았어. 기쁨은 금방, 다시 근심이 몰려듭니다. 갈 길은 캄캄하고 보이지 않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길에 변방대가 많다는 소식을 알고 있는 바, 저는 무작정 산에 올랐어요. 산은 얼마나 가파로웠는지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정신없이 이 산 저 산을 넘어 다녔어요.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 밤 길을 잃고 산에서 헤매고 계속 끝이 없이 걸었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발은 부어오르고 배고프고 무섭고, 옷은 형편없이 되어 있고 몰골은 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죽을 뻔 한 고비에서 다시 철창이 내손을 묶어놓았는데 그 속에서 7시간 만에 다시 풀려나왔습니다. 하나님이 아니시고는 이런 기적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는 하나님과 늘 함께 하면서 하나님과 뜻을 같이하며 하나님의 뜻대로 믿음으로 살아나갈 것입니다.
아직은 하나님에 대해 제대로 모르지만 제대로 배우고 공부하여 하나님과 교제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제가 한국에 가는 길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뉴질랜드에 계시는 원선생님을 저에게 어느 날 보내주셨습니다. 원 선생님은 십여 년 전부터 중국 땅에서 전도사업을 하신분입니다. 저희에게 믿음을 주시고 받아주신 하나님아버지와 예수님께 저의 모든 영광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김옥이자매님은 현재 하나님의 은혜로 무사히 중국을 탈출하여 한국에 도착 후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 중에 있습니다.
                                                                                                 - 김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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