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수기

    등록일 : 2010-03-21 오후 3:16:35  조회수 : 3773
  22 . 엄마에게
  등록자 : 2004yg        파일 :

사랑하는 엄마,
엄마는 지금 이 순간도 자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배고픈 고생을 않고 그나마 행복하게 살고 있겠죠? 아버지를 통하여 나는 엄마가 중국 공안의 탈북자 단속을 못 이겨 대한민국에 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갈 때 엄마는 무사히 한국에 가면 아버지와 어린 나를 꼭 데려간다면서 아버지를 설복하여 그토록 어려웠던 우리 살림에서 브로커 비용으로 인민폐 만원을 들고 나갔다고 하더군요.

나는 오늘도 중국 시골 마을의 교회에서 목사님의 설교로 전혀 알지도 못하는 하나님에 대하여 배우고 있습니다. 목사님이 하나님에 대하여 하는 말은 어린 나에게는 하나도 와 닿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곳에 오면 목사님을 비롯한 교회 사람들은 탈북자의 자식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가끔 불쌍하다고 나의 손에 사탕 한 알이라도 쥐여 주곤 한답니다. 그리고 지난번 주에는 한국에서 온 옷이라며 거의 새 옷이나 다름없는 꼬까옷도 주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들에게서 탈북자가 버리고 간 자식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그 말이 무슨 뜻이지 전혀 알 수가 없답니다.

엄마, 탈북자란 어떤 사람이죠? {엄마처럼, 자기가 낳은 자식을 버리는 사람을 탈북자라고 하나요?}

어떤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탈북자란 북조선이라는 나라에 엄청난 식량난이 닥쳤는데 그때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두만강을 넘고, 압록강을 넘어서, 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온 사람들이라고,

북한의 식량난이란 것이, 지금도 북한에 있을 사랑하는 엄마의 가족을 떠나야만 했을 정도로, 그것도 밥만 배불리 먹여주는 곳이라면 경우를 마다하지 않고 시집을 가겠다고 했을 정도로 엄청난 고통 이였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엄마는 이미 북한에 있는 엄마의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아버지가 말하기를, 엄마는 한국에 간 후 한번인가 한 아버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식량난 때문에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억지 결혼을 하였다} 고 했다면서요? 그것도 아버지한테 인민폐 만 이천 원에 팔려서 왔다면서, 지금은 같은 처지의 탈북자를 만나서 진정한 사랑을 한다면서, 정말, 얼마나 힘들었으면 꽃다운 처녀가 아버지 같은 노총각에게 만 이천 원에 팔려서 시집을 가야만 했을지 철없는 내가 생각해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엄마, 하지만 그러면 나는 뭐죠? 사고판다는 것은 무슨 말이죠?

지난번 아버지와 같이 연길 에 갔을 때 서 시장에서 아버지를 졸라 곰 인형을 하나 샀습니다. 지금도 밤이면 나는 곰 인형을 안고서야 잠이 들고 합니다. 내가 돈을 주고 산 곰 인형은 이제 아주 내 것이 되었나 봅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엄마를 돈으로 샀다고 했는데 왜 엄마는 지금 우리와 안 살고 헤어져 살고 있는지? 이럴 땐 정말 사고판다는 게 어떤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답니다.

그런데 교회에 나오시는 어떤 분들이 또 그러더군요. {누구네 집 북한 며느리는 한국에 간 후 남편이랑 자식들을 데려다가 한 가족이 알콩 달콩 잘 산다고,}

그런 엄마들은 돈에 팔려서 시집을 갔지만 그래도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 했나보죠? 아니면 두 번 다시 이산이라는 아픔을 겪기 싫어서였을까요? 참으로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몹쓸 것인지 증오가 생기려고 합니다.

정말, 자기 몸으로 낳은 자식마저 버려야 할 정도로 사랑이라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인지?

어떤 엄마들은 중국 국경만 넘어가면 같은 탈북자끼리 사랑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인천이란 곳에서는 그토록 사랑한다던 탈북자 남자한테 중국에서 낳은 아이까지 같이 칼에 난도질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까지도 생겼다고 교회 목사님이 말하더군요.

그리고 탈북자 브로커들이나 태국이나 베트남 등 곳의 일명 탈북자를 돕는다는 교회 분들이 {한국에 간 후 중국인 남편을 데려오지 말고, 한국 남자를 만나 살거나 같은 탈북자끼리 살아야 한다.}고 선동을 한다면서요.

혹시 엄마도 이런 사람들의 선동에 넘어간 것은 아닌지요?

하지만, 지금껏 그런 분들은 나한테 사탕 한 알도 보내주지 않았답니다. 그런 분들이 중국에 있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자기의 혈육 이였더라도 그런 말을 했을지 궁금 하구만요.

하지만, 사랑하는 엄마, 나는 3년이 넘게 엄마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어느 순간 엄마가 제 정신이 돌아와서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아버지는 아니라도, 아무 죄 없는 어린 나를 대한민국으로 데리고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답니다.

엄마도 사람인데 언제까지 사랑 타령으로, 나 같은 어린것에게 엄마가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이산의 아픔을 남겨 주지야 않겠지 라는 한 가닥의 희망을 안고서 오늘도 마을의 교회에서 사탕 알이라도 얻어먹으면서 정말로 공평하다고 하는 하나님께서 하루빨리 우리 사랑하는 엄마의 정신을 제 자리로 돌려놓기를 기도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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