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수기

    등록일 : 2010-02-10 오후 5:01:43  조회수 : 2677
  20 . 뗏목 반장의 이야기
  등록자 : 2004yg        파일 :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나마 식량사정이 괜찮았던 시기에 북한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상류에서 벌목한 목재를 뗏목으로 묶어서 두만강으로 무산까지 운송을 하군 하였다.

내가 촌에서 대장 직책을 맡고 있던 날씨가 무더운 어느 여름날, 오전 밭일을 마치고 더위도 말릴 겸, 두만강 가에 나갔다.

두만강에는 이미 물놀이를 나온 애들과 어른들로 법석 이였고, 달아오른 몸을 식히려고 나도 물에 뛰 여 들었다. 한참을 신나게 수영을 하고 있는데 위쪽에서 뗏목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뗏목이 내려 올 때마다 애들이 늘 쌍 하는 장난이 떼꾼들과 (뗏목을 운전하는 사람) 시비를 걸거나 뗏목에 매달려 아래로 타고 내려가는 것인데 아이들이 많이 나온 그날에도 예외일수가 없었다.

뗏목과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여기저기서 떼꾼들과 말시비를 거는 목소리들이 들려왔고, 떼군 들도 적당히 받아주면서 말이 오고가는 가운데 아래쪽에서 수영을 하던 여자애 두 명이 불현듯, "어이, 당신네 존경하는 김 배때는 잘 있는 겨?........ " 하고 소리쳤다, 이에 분노한 떼꾼이 "야, 이년들아, 너희들은 애비 에 미 도 없냐?.........어찌 같은 민족으로서 위대한 민족의 수령님한테 그런 망발을 할 수 있느냐?......." 는 등등의 고함들이 오고갔고. 나를 포함한 수영하려 나온 사람들은 좋은 구경거리라도 만난 듯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뗏목은 물살을 타고 아래쪽을 향하여 내려갔다.

그로부터 삼일 뒤 예상도 못했던 일이 발생하였다. 그날도 역시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마을 촌민이 남루한 옷차림의 사람을 데리고 나를 찾아왔다. " 저기 조선에서 넘어온 뗏목 반장입니다." 하면서 말머리를 뗀 그는 나를 찾아온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였고, 수령님을 모욕한 그 처녀애들을 찾아가서 혼내 주겠단다.

그날 일의 모든 것을 목격한 나로서는 참으로 난감한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날 애들을 말렸더라면 일이 이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걸,} 대장이면서도 옆에서 재미있다고 그냥 구경만 했던 내가 너무 한심했다는 생각과 함께 후회가 밀려오는 것을 느끼면서 {애들이 한 일이니 너무 노여워 말라, 다시는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내가 만나서 잘 타이르겠다.} 며 반장을 위로해 주었고, 비록 같은 민족이라도 국경을 넘어온 외국손님 접대에 소홀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그를 모시고 집으로 갔다.

술상 앞에 마주앉아서야 나는 뗏목을 운반하는 사람들은 중도에서 뗏목이 고장이 나거나하는 특수상황에서는 국경에서 10 리 이내를 출입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 저녁에는 꼭 위대한 수령님을 모욕한 민족의 철없는 원쑤들을 대신 혼내 주겠다}는 약속을 몇 번이고 해드렸고 술잔을 나누면서 이러저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날 수령님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으로 민족의 철없는 원쑤들을 혼내려고 강을 넘어왔던 떼꾼 반장은 술에 만취가 되어서 끝내는 내가 부축하여 두만강을 넘겨 보내 드렸다.

지금도  식량난 때문에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간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그처럼 수령과 당에 충실하던 세상에 둘도 없는 백성을 가진 북한을 오늘의 이 모양 이 꼴로 이끌어온 지도층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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