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과의 만남

    등록일 : 2017-06-30 오후 4:50:11  조회수 : 85
  197 . 탈북민이 알아야 할 다단계 피하는 법
  등록자 : 동아일보        파일 :


동포사랑 지난호에 ‘묻지마 보험계약’에 경종을 울리는 글을 게재했다. 많은 탈북민들이 이 글과 관련된 내용을 문의하려 남북하나재단에 전화를 걸어왔다.

오늘은 무작정 보험 가입의 폐해에 이어 탈북민이 쉽게 빠지기 쉬운 ‘다단계 가입의 함정’에 대해 설명해볼까 한다.

다단계로 인한 피해는 탈북민 사회에서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고질적 사건이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 사례는 2014년 ‘한성무역’ 피해 사건이다. 성공한 탈북 기업가로 널리 알려졌던 한성기업 대표는 300억 원을 갚지 못하자 중국으로 도피했다.

하지만 결국 체포돼 송환된 뒤 올 2월 7년형을 선고받았다. 한성기업 피해 금액 중 200억 원은 은행 자금이고 탈북민 피해 금액은 100억 원이다.

250개 가족 약 1000명이 100억 원을 날린 셈이다. 비슷한 시기 다른 탈북민 기업가 역시 같은 사례로 구속돼 3년 6개월 형을 받았다.

한성무역 사건이 터지기 몇 년 전에는 또 중국 광저우 부동산에 투자해 많은 이윤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에 수많은 탈북민들이 돈을 날렸다. 그 이전에도 비슷한 일은 많았다.

한성무역 사건의 교훈으로 탈북민의 다단계 사건 피해는 이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의 전례를 보면 몇 년 뒤 또 대형 사기 피해사건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

탈북민들은 왜 다단계에 자꾸 빠져들어 피해를 볼까.

단도입적으로 말하면 ‘욕심은 어른인데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는 유치원생’이기 때문이다.

다단계 사기는 보통 처음부터 사기 칠 의도로 접근하는 경우와 사기 칠 의도는 아니지만 나중에 감당이 안돼 도주하는 경우로 나뉠 수 있다.

위에서 사례로 든 광저우 부동산 사기는 처음부터 사기를 위해 접근했던 것이고, 한성무역 사건은 두 번째 경우에 해당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투자자가 돈을 떼인다는 것은 똑같다.

한성무역 대표는 왜 사기꾼이 됐을까. 그는 투자자들에게 연 18%, 월 1.5%의 이자를 주겠다며 돈을 모았다.

처음엔 열심히 일했고 초기엔 투자자에게 이자를 꼬박꼬박 주기도 했다. 1억을 투자하면 150만 원을 받는 셈이다. 은행에 1억 원을 저금하면 매달 10만 원 받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150만 원은 엄청난 돈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1년에 18%의 이자를 주려면 그 기업은 투자금 대비 20%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 그런데 그 정도 이익을 내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요즘 한국 상위 30대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5%도 안 된다. 1억을 투자하면 1년에 500만 원도 채 못 번다는 것이다.

최고의 인재들을 데리고 있는 대기업도 이정도 밖에 못 버는데, 탈북민이 기업을 해서 연간 20%의 이익을 낸다는 것은 정말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성기업의 영업이익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100억을 투자받았으면 1년에 18억 원은 벌어서 이자 비용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벌지 못하면 18억 원은 다른 누군가에게서 빌린 돈으로 메워야 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자를 막는데 실패해 기업가는 도주한다.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투자받아 하는 사업은 대개 결말이 이런 식으로 끝난다. 대표가 착한 사람이던, 명망 있는 사람이던 상관없다. 돈을 돌려 막지 못하는 순간 그는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은행처럼 국가가 인증한 금융기관이 아닌 이상 남에게 맡긴 돈은 언제나 떼일 위험이 있다. 심지어 은행도 파산하면 얼마를 저금했던 상관없이 5000만 원까지만 돌려받는다.

누군가 높은 이자로 유혹하며 접근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 연간 이자 5% 이상 주겠다고 하면, 그 돈은 떼일 확률이 50% 이상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자가 높아지는데 비례해 떼일 확률은 더 높아진다.

대출받아 기업을 잘 키워 영업수익을 많이 거두는 사업가가 없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은 이익이 생기면 이자 비용이 버거워 무조건 원금부터 갚는다. 그리고 이익을 하루 빨리 자기가 가지려 한다.

이게 정상이다. 남에게 몇 년 동안 높은 이자를 꼬박꼬박 주는 자선 사업가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런 위험을 다 감수하고 높은 이자에 넘어가 돈을 줬는데 실제로 돌려받지 못했다고 하면 그건 남의 탓이 아니라 본인의 잘못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필자는 15년 동안 기자로 있으며 어렵게 돈을 번 탈북민이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그 돈을 사기 당하는 사례를 정말 많이 봤다. 이런 일이 앞으로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내 통장에 있는 돈만 확실한 내 돈임을 명심하면 사기에 빠지지 않는다.

끝으로 지난호에 보험 관련 글을 쓰면서 “보험에 가입할 자금 50만 원이 있다면 남북하나재단의 ‘햇빛플러스 매칭적금’ 같은 국가의 혜택부터 살펴보고 가입하라”고 쓴 바 있다. 이 적금은 월 50만 원을 넣으면 국가가 월 50만 원씩 2년간 보태준다.

단 조건이 있다. 이 적금은 예비창업자를 위한 것으로 “창업희망업종(혹은 유사한)에서 1년 이상의 근로소득이 있는 탈북민”이 대상이 된다. 1년 동안 해당업종에 취직하지 않았거나 창업할 의도가 없으면 대상자가 못된다.

모든 탈북민이 내가 받을 수 있는 국가의 혜택에 대해 잘 파악하라는 의미에서 쓴 것으로 무조건 위에서 언급한 매칭적금에 가입하라는 뜻은 아니다.

하나재단에 알아보니 적금을 위해 책정된 기금이 많지 않아 혜택을 볼 수 있는 탈북민 숫자는 제한돼 있고, 앞으로 국회에서 예산이 책정되지 않으면 중단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매칭 적금과는 달리 통일부가 지원하는 ‘미래행복통장’에는 무조건 가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통장은 하나원 203기 이후 졸업생만 가입대상인데, 월 50만 원을 입금하면 국가에서 50만 원을 보장해 준다.

이렇게 4년 동안 2400만 원을 넣으면 국가가 2400만 원을 줘서 4800만 원이라는 목돈이 생긴다. 이렇게 조건이 좋은 미래행복통장인데 현재 가입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물론 갓 입국한 탈북민에게 월 50만 원 저축은 정말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웬만하면 돈이 생길 때 다른 곳에 쓰지 말고 미래행복통장에 저금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2017-06-29 1:36 주성하기자

(이 글은 남북하나재단이 발행하는 탈북민 잡지 ‘동포사랑(3만부 발행)’의 요청으로 제가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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